[사설] 한전도 '원전 커밍아웃'…이젠 탈원전 미몽서 깨어나야

입력 2021-11-12 17:13   수정 2021-11-13 07:21

주요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이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脫)원전 전환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해 주목을 끈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그제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원전 비중 축소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탈원전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점을 알고 있을 정 사장이 우회적이나마 이렇게 말한 것은 탈원전에 대한 반기로 볼 수 있다. 앞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돼 (원전 생태계의)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탈원전 정책을 집행해온 공기업 사장들이 여태껏 가만있다가 정권 말이 돼서야 ‘커밍아웃’ 하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전문가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리도, 근거도 빈약한 탈원전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지난 50년 넘게 쌓아올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생태계는 무너져내리고 있다. 원전산업 전체 매출이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19년 20조7317억원으로 24% 급감했고, 지난 4년간 원자력 전공학생도 21% 줄었다.

한전과 한수원 사장이 두손 두발 든 것도 탈원전의 심각한 후유증을 더 이상 놔둬선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전은 연료비 상승과 신재생 과속으로 3분기 기준 첫 영업손실(9367억원)을 봤고, 올 들어 누적적자는 1조1298억원에 이른다. 향후 값비싼 신재생 전기 구입을 더 늘려야 해 적자폭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2050년 ‘원자력 비율 6~7%로 축소, 재생에너지 70%까지 확대’라는 지키기 힘든 약속을 국제사회에 던져 차기 정부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의 역주행과 달리 주요국들은 속속 ‘원전 확대’로 돌아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 비중 축소 약속을 뒤집고 신형 원전 6기 건설 재개를 선언했고, 중국은 원전 150기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조차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반면 한국은 독자모델까지 만든 SMR마저 국내에선 안 되고 해외로 내몰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탈원전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끝까지 고집부린다면 다음 정부라도 탈원전을 ‘바로잡아야 할 1호 정책’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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